한마음 학술제/굼벵이
여행이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장맛비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한밤중인 2시경에 눈을 떴다 학교 다니면서 처음 참석하는 거라 들뜬 마음에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서울로 갈 채비를 하느라 서둘러 나섰다.
3시 10분경에 시동을 걸고 낯선 새벽길을 더듬어 학교에 갔다.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학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밤잠을 설치며 준비한 커다란 몇 개의 아이스박스가 보이고 개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해 분배를 어둠 속에서 하고 있다. 국문학과 티를 맞춰 입은 우리는 3학년 위주로 구성된 23명이 서울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다.
부산 경상도를 지날 때 날씨는 얌전하고 협조적이었으나 충청도를 지날 무렵 한 치 앞이 안 보일 만큼 안개가 우리를 위협한다. 장맛비가 우리를 막았지만 우리는 장맛비를 뚫고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10시 이전에 무사히 서울에 입성했다.
주최 측의 따뜻한 환영을 받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대강당에 마련된 행사장에 들어갔다. 이미 많은 전국의 국어국문학과 학우들이 실내를 가득 메웠고 식전행사로 구성된 기획사의 공연과 노래로 분위기를 달궜으며 국문학의 역사와 글과 생각 고전소설강독 고소설론과 작가 과목을 담당한 박종성 교수님의 특강으로 제주도 설문대 할망에 대한 신화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 이후 개회식이 선언되고 교수님 소개가 끝나고 멀리서 온 팀들을 배려한 덕분에 기다림 없이 수월하게 식당으로 이동했고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과 과일 음료 그리고 교수님과의 겸상으로 한껏 행복하고 즐거운 시작을 알렸다.
교수님을 눈앞에서 뵐 수 있는 것은 꿈만 같았다. 인터넷 강의와 zoom 수업이 익숙한 우리로서는 교수님을 볼 수 있음에 흥분했고 부산국어국문학과 큰 오빠인 류광석 선생님과 큰 언니 김정자 언니를 비롯해 우리는 여러 교수님과 어울려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교내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오랜만에 만난 학우들과 소통하며 즐겼다

강한 햇볕도 빗방울도 없이 움직임에 적당히 온도로 장맛비도 잠시 우리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줬다. 오후 1시 40분부터 어문학 겨루기가 시작됐고 우리 부산지역에서 준비한 유일한 게임이다. 강당 내 현장에는 좌우로 O X 표시가 되었고 개인전 게임이 시작됐지만 만만치 않았다. 예상을 빗나가 틀린 쪽에 서 있었고 애당초 게임은 운이 없는 것으로 자신감을 잃고 서울지역에서 3명 최우수 우수 장려가 나오고 상금을 휩쓸어 갔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팀전 '골든벨을 울려라'가 시작됐다
우리 팀은 5명으로 구성됐고 강당에 올라 머리를 맞대고 둥글게 마주 보고 앉았다 첫 문제가 맞춤법과 표준어를 묻는 문제로 아주 난감하다. 국립국어원에서 2011년 8월31일에 추가 표준어로 발표된 글자 중 하나인 단어의 맞춤법에 맞는 문제를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대결이 계속됐다.
동료들과 같이 오른 무대지만 문제에 집중하느라 떨리지도 않았고 같이 동행한 부산 학우님들이 관중석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 소리가 가끔 들렸고 나는 이미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어려운 고전 시가와 현대소설 현대 시 문법 등을 오가며 승부는 뜨거웠고 고전을 등한시하고 소홀한 덕에 고전 문제 한 문제로 2등에 머물렀다.
너무 잘하면 안 된다고 3문제만 맞추고 내려오라고 부담을 줄여준 우리 학습 부장님 덕에 맘 편히 퀴즈를 즐긴 것 같다 게임이 끝나고 인적 사항과 상금 전달을 위한 계좌번호를 적는데 손이 왜 그리 후들후들 떨렸는지 알 수 없다…. 그 후로 시 낭송 및 장기자랑이 이어졌고 전국에서 모인 학우님들의 간담회를 즐기며 같이 웃고 환호하며 즐겼던 하루였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며 진한 감동을 준 이상진 교수님께 상장도 받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 동료들과 차례대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축하 음성을 들으며 버스에 올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치기로 조금 무리한 일정이지만 아침에 올린 푸짐한 먹거리도 많았으나 우리 총무님의 정성 가득한 부추전은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돈다. 맛난 전을 안주로 버스 안에서 천으로 된 시장바구니에 맥주와 음료를 담아 학우들께 배송해 주시는 맥주를 즐기며 우리는 빗속을 달렸다.
3학년 1학기를 끝낸 시점에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은 해보고 좋은 학창 시절을 보냈노라고 추억하고자 참여했던 학술제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뻤다 장마의 중간에 끼어 새벽 3시부터 장맛비 속에 진행된 학술제 마무리 잘하고 집에 도착하니 다음 날 1시다 그나마 무사히 잘 다녀와 안전하게 귀가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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