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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굼벵이 글방

엄마의 하루/굼벵이

by 굼벵이^^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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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하루/굼벵이

 

"금방 마산 제부한테 전화가 왔는데 엄마가 있지 그제부터 난리라네".
그제부터 난리라 한다 옛날처럼 이제 욕을 하고 그런다네 오늘 아침 미장원에 갔다 오니까 12시 넘어서 왔단다.
엄마가 배가 고프잖아.
내 답답한 게 어제 어제 있지. 늦게 온다고 말을 하고 갔다 하는데 엄마가 그걸 기억을 할 리가 없다.
먹을 만한 음식을 방에 챙겨놓고 가면 정신이 온전한 사람은 그 간식을 시간 맞춰 먹을 수 있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그녀는 능력 밖의 일이다.

그녀가 남편을 이끌고 고향으로 귀농을 한 이유도 단 한 가지다. 평생 고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홀로 살고 있는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챙기기 위해 귀향한 이유이다. 그 이유가 아니면 그녀의 남편과 노후에 오순도순 살기 위한 것일까... 그래 그거는 맞다. 이제야 북천에 가 있는 이유도 그런 것도 없잖아 있는데

그녀의 엄마는 현재 초기 치매를 앓고 있다. 작년에는 주야간보호센터에 가서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에 퇴원을 했다. 초기성 치매를 앓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주변 동료들이 눈이 휙 풀린 멍청이로 보인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런 곳에 가는 것이 탐탁지 않지만 자녀들의 걱정과 근심을 들기 위해 '내가 그곳에 가야 너희들이 편하겠지' 하신다.
일 년 반 정도 등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 그곳에서 만들기 생일잔치 목욕 식사 등 집에서와는 많이 다른 일상의 내용이 밴드를 통해 자녀들에게 전해진다.
가끔 같이 가 있는 이모의 옛날 안 좋은 기억으로 다투기도 해서 분리해 관리를 받는 모양이다.
어느 날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엄마는 그녀에게 선언을 했고 자녀의 대표로 고향으로 귀농해 엄마를 챙기는 그녀는 근심이 아닐 수 없었다.
삼시 세끼를 챙겨야 하고 집안일 등 부수적으로 엄마에게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사정이다. 1년 9개월 정도는 군불을 때야 하고 방청소 간식준비 빨래등 모두 그녀의 차지다. 그녀의 희생으로 다른 육 남매는 일상에서 편하게 생활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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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녀와 엄마와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엄마의 일방적인 전쟁이기는 하지만, 어제저녁을 먹고 내일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좀 만지고 좀 늦게 온다고 엄마한테 이야기를 전했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알고 인지를 하지만 돌아서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가고 마는 그녀의 엄마 특성상 아무른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혼자서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해 먹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옛날이야기다. 미용실 다녀올 때까지 엄마가 먹을 수 있게 준비된 것은 떠먹는 요구르트와 바나나가 전부이고 엄마가 즐겨마시는 믹스 커피는 부엌에 들어가면 버튼만 누르면 물 끓여 타 먹을 수 있는 게 전부이다.

미용실 다녀온 그녀가 미안한 마음으로 엄마 조금 늦었어하고 들어서는 딸을 독하고 메서 운 눈빛으로 평상에서 일어나 발로 딸을 차 버린다. 환갑이 지난 딸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저 멀리 나뒹굴었고 독한 말로 엄마는 딸을 저주한다. 고랑에 처박아 죽어버리라고. 치매환자는 밥을 금방 챙겨 먹어도 밥 달라고 한다고 한다. 아마 어쩌면 배고픔을 느끼는 이 시간은 엄마의 정신상태는 치매 환자의 시간이 아니라 온전한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남편은 반복되는 엄마의 뒤치다꺼리에 몸서리를 느끼며 그녀의 언니인 처형에게 하소연을 한다. 낫까지 들고 딸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엄마를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고 그녀의 언니 역시 마찬가지로 70을 향해 달려가는 온전하지 못한 건강으로 시골의 마당에 있는 계단과 윗채로 오르는 축담 그리고 제각각 분리된 방으로 옮겨 다니며 살기엔 부적절한 상태이다.

늙은 엄마에게 폭행을 당하고 대피한 그녀와 남편은 인근 식당에서 짬뽕을 시켜 먹고 공기를 바꿔본다. 무슨 정신에 어떻게 이 상황이 전개됐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가여운 것은 엄마다.
아직 입에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고 배고픔으로 짜증이 나 벌어진 사태임을 감으로 느끼는 그녀이다 처음엔 자신의 처지가 가엾고 서러워 눈물을 흘렸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 한 끼 식사도 못한 어머니가 한없이 가여웠다.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이성을 되찾고 엄마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녀의 언니는 주말과 휴일에라도 요양보호사를 쓰자는 의견을 내자 주말엔 일하고자 하는 요양보호사가 없어 답답함을 표시했다.
엄마와 하루 세 시간 정도만 격리되어도 그녀의 삶은 무척 활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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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시골 귀농이지 환갑 넘은 그녀도 시골일은 힘들다. 한 집에 살면 두 살림이 아니지만 인근에 집을 구해서 두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살고 겨울이면 아궁이 불도 두 집에 때야 하고 까칠한 엄마는 언제나 뜨끈뜨끈한 황토방만 고집해서 그 비위를 그녀 내외가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토마토 농사가 끝난 다섯째 동생이 제부와 엄마집을 방문했다. 그녀에게 집에 왔다는 전화를 받고 그녀와 남편은 무서운 엄마가 있는 집으로 이동했다. 저번에 주문 제작해 간 마루 방충망을 끼우기 위해 김해에서 달려온 것이다.

집으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며 서슬이 시퍼렇던 그녀의 엄마는 오히려 딸의 눈치를 본다. 아까 그 행동이 전혀 기억을 못 하는 눈치가 아니고 기억을 하는 모양새다. 동생의 출현으로 분위기는 새로운 공기로 바뀌었고 도심에서 시골로 팔려간 백숙이 배솥에 안쳐지고 다시금 행복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기상처럼 우리네 엄마도 감정의 기복이 늘을 뛴다. 늘어나는 수명에 정신줄 놓을까 지금부터 걱정이지만 그녀의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각오를 해본다.
아마 오늘도 새로운 내용으로 소설의 한 페이지 쓸 우리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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