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검은 잎』 을 읽고
1
기형도 시인은 1960년생으로 경기도 연평도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와 문화부 그리고 편집부 등에서 기자로 근무했으며 1985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안개로 당선되어 문단에 시인으로 등장했으나 단 한 권의 시집도 내지 못하고 기형도는 그 후 독창적이고 강한 개성이 돋보이는 시들을 발표했지만 1989년 3월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된 『입속의 잎』 시집은 기형도 시인의 유고 시집으로 일상 속에 잠재되어있는 우울과 공포의 심리를 추억으로 표현해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으며 전체의 시 분위기는 우울한 색채가 짙은 민중 시 노동 시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의 시를 많이 녹여냈다.
2
기형도 시집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 본인이 생각하는 이 시집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몇 자 적어본다. 젊은 나이에 세상과 작별한 기형도는 유고 시집으로 세상에 나온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은 우울하고 외로움이 가득 찼으며 투박하고 거칠고 슬픔이 한가득 고여있어 허무감에 사로잡힌다. 여러 편의 시에서 보면 어린 시절 가난했던 가정환경과 우울하고 폭력적이었던 시대 상황에 소극적인 비애의 슬픔이 느껴진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어려운 시들은 개인적 고뇌와 아픔을 끝까지 파헤치는 청춘의 성장 등으로 느껴져 가슴이 저린다.
『입속의 검은 잎』의 첫 장을 장식하는 '안개'는 작가가 26세 때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으로 모호한 안개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립감을 묘사한 작품으로 산문시인데도 시를 읽으면 입에 착착 감기는 음률 감이 매력적이고 두꺼운 공중, 딱딱한 태양, 무뚝뚝한 나무, 딱딱한 액체 등의 이미지 질감 표현이 남달라 시선을 끈다.
시집의 제목이자 기형도의 대표 시인 『입속의 검은 잎』은 폭압적인 상황에 망자가 거리에 흘러넘쳐도 방관하고 숨죽여 책이나 보며 악착같이 침묵하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괴로워하는 젊은 시인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주인 없는 빈집을 서성거립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한 기간은 5년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감동과 울림은 대단히 크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기형도는 ‘문자’의 기능을 오히려 옹호하며 장례 차량에 악착같이 달라붙은 “검은 잎”들로 은유했었다. 그러니 입안에서 맴돌던 많은 말들이 ‘검은 잎들’로 변성되었다. 발화될 수 있는 말로 숙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말의 부정성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검은 잎들’은 단순히 폐기물로 변한 언어적 자원이 아니다.
3
기형도 시집의 전체 작품 중에서 권하고 싶은 시는 “사랑을 읽고 나는 쓰네”라는 시다. 이 시의 인상적인 구절을 시작으로 글을 쓸 때 필요한 도구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잃은 자는 사랑이 이루어지던 순간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방법으로 시가 진행되며 가을 안개와 짧은 밤 촛불 흰 종이 그리고 눈물로 그 사랑 행위의 모든 기억을 ‘잘 있거라’의 반복 속에 떠나보내는 것은 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를 쓰고 결별을 하며 장님처럼 더듬거리면서 문을 잠그는 행위를 통해 가엾은 내 사랑이 갇힌 빈집이 완성되면서. 사랑을 잃고 화자가 빈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떠나보낸 사랑이 빈집에 갇힌 것을 의미한다. 사랑을 영원히 빈집에 가두어 두면서까지 간직하고자 했던 역설적 열망이 화자의 내면에 흐르고 있지요. 빈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사랑의 좌절과 슬픔에 공감하고 상상해 이미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정신적 감각적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짧았던 밤”, “겨울 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 “내 것이 아닌 열망”은 사랑의 상실에 비추어 그럭저럭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에서 종이가 공포를 기다린 까닭,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에서 ‘망설임’의 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 구절은 실상 그런 종류의 반응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 교묘하게 암시하는 대목이 “망설임을 대신한 눈물들”이다. ‘눈물’이 실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을 때의 그 결과라면, ‘망설임’은 ‘눈물’이라는 결과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미련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어느 겨울날, 너무나 가까운 사이라고 믿고 어울린 술집에서 여자에게 실수하여 ‘나’는 사랑을 잃고 그 상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행위로서, 글쓰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독자들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서 헤어질 무렵의 아픈 기억 떠오려면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려 했고“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고 방황을 하는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질 못한다. 그토록 좁은 술집에서 내 큰 사랑을 잃었고 망설임은 실연이 기정사실이 되는 사태를 지연시키는 것임을 간파했을 때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실연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었을 때 그가 흰 종이에 쓸 것은 절망밖에 없었고 그것을 예감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공포’이고 여기까지 오면 독자는 화자가 “잘 있거라”라는 작은 외침을 통해 결별하고자 한 것이 단순히 실연을 안겨다 준 사랑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짧았던 밤”,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은 그런
파국을 몰랐던 맹목적인 사랑을 가리키지만,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
“눈물들”은 그런 실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태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의 ‘쓰다’라는 실연의 대체물이 아니라 오히려 실연을 방지하고자 하는 행동이며 더 나아가서 ‘맹목적 열정 실연’이라는 도식 자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즉 쓰다는 잘못된 사랑에 대한 결별 선언이며, 진정한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이 절망의 표출 속에는 그 과정 그대로 새로운 희망의 준비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장님처럼 나 더듬거리며”라고 표현한다. 방법을 모르니 새롭게 연 사랑의 “문을 잠글” 수밖에 없다고 표현한 것은 절망으로부터 피어난 희망의 새로운 절망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빈집」이다. 마지막 연 두 행은 바로 그 빈집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엄마 걱정’은 기형도 시집 중에서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은 시다. 기형도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작품으로 미발표 작품으로 무를 팔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텅 빈 공간에서 찬밥처럼 빈방에 혼자 남겨져 숙제를 하고 배고픔을 참고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는 지루한 시간을 잘 표현한 시로서 가난한 아버지와 위태로운 어머니,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 가족에게서 소외된 찬밥처럼 방에 담겨 혼자 엎드려 훌쩍이는 아이의 훗날 그들의 배고픔으로 채워 있지만 아무도 없는 빈방은 공포와 외로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형도 시집인 입속의 검은 잎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와 닿던 구절이 있어 따로 정리해 봤다.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나무들” “나의 졸음은 질 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기형도의 조치원시에서는 직유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직유는 주지와 매체의 관계를 직선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남으로 주지와 매체의 관계를 나타내는 ~와 같이 ~처럼 ~듯이~만큼 등으로 쓰이는 연결어다.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유년 시절 기형도의 상처는 가난하며 젊은 날의 상처는 이별이고 그는 내적 개인적 상처를 서정적으로 증오의 감정 없는 추억의 어조를 되살리고 있으며 그의 나이 13살 때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중풍을 얻었고 집안의 생계는 어머니가 꾸려나가는 상황이다.
어머니는 콩나물을 키우고 누나들은 직장을 다녀도 형편은 나아지질 않았고 주식이 칼국수인 듯 “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이 떴다.” 그 굶주림의 시각에서 봐야, 하늘의 별이 “튀밥”같이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기형도의 시에 나오는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라는 서로 엉키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비 연대성을 보여주는 이미지이다.“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의 시가 괴이한 이미지 속에 타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진 자신 속에서 암종처럼 자라는 죽음을 바라다보는 개별자의 비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참고문헌
김신정, 오성호, 유성호, 오문석, 『현대시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위의 글은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중 과제물로 제출 했던 글입니다. 동일한 목적으로 쓰시면 표절의 염려가 있으니 그런 목적으로 사용은 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틈틈이 > ⦁ 추천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독후감 (0) | 2025.03.25 |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독후감 (0) | 2025.03.25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8) | 2025.02.07 |
에우튀프론 (0) | 2025.02.06 |
독후감: 천명관의 『고래』 (0) | 2025.02.01 |